인천광역시 남동구 장수동, 소래산으로 향하는 만의골 입구에 자리한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는 긴 세월의 풍파를 견디고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연유산입니다. 약 800년의 수령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단순한 노거수를 넘어, 마을 공동체의 역사와 신앙이 깃든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독특한 수형과 국가지정문화재로의 승격
이 은행나무는 높이가 약 $28.2\text{m}$에 이르고, 근원 둘레는 $9.1\text{m}$에 달하는 거목입니다. 특히, 다른 은행나무와 달리 뿌리 부분에서부터 다섯 개의 굵은 가지가 고루 갈라져 높게 솟아올라 있으며, 가지 끝이 아래로 처져 마치 수양버들처럼 늘어진 독특하고 아름다운 수형을 자랑합니다. 손상된 가지 없이 건강하고 균형 잡힌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큰 특징입니다.
마을의 수호신, 당제 문화의 지속
장수동 은행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마을을 지켜온 수호신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민속 신앙: 옛날부터 마을에 전염병이 돌거나 집안에 나쁜 일이 생기면 마을 사람들이 은행나무 앞에 정성껏 제물을 바치고 치성을 올렸다고 전해집니다.
당제 전통: 약 200여 년 전부터 시작된 **당제(마을 제사)**는 최근까지도 매년 음력 7월 초하루에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치러지고 있습니다. 도심 속에서 농경시대의 나무 숭배 의식인 당제 전통이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상징하는 민속적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됩니다.
전설과 금기
은행나무와 관련해서는 흥미로운 전설이 내려옵니다. 나무에 깃든 신이 마을에서 뛰어난 **인재(人災)**가 태어날 수 있는 기운을 모두 가져가는 대신, 마을 사람들은 **장수(長壽)**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을 이름 '장수동(長壽洞)'의 유래와도 연결되는 이 전설은 나무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경외심을 보여줍니다. 또한, 은행나무의 잎, 가지 등 어떤 부분도 집에 들여서는 안 된다는 엄격한 금기 사항도 함께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장수동 은행나무는 거대한 자연의 경이로움과 더불어 한국 전통 민속 문화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며, 가을에는 황금빛 은행잎이 장관을 이루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