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수선루는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 마령면 강정리, 월운마을 앞으로 흐르는 섬진강의 상류를 따라 거슬러 올라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누정은 절벽 아래 자연 암굴의 비정형적인 틈 사이에 절묘하게 자리 잡고 있어,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 중에서도 독특한 형태와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힙니다.
수선루는 조선 숙종 12년, 즉 1686년에 연안 송씨 가문의 네 형제, 송진유, 송명유, 송철유, 송서유가 힘을 합쳐 건립하였습니다. 그들은 이곳에서 선대의 덕을 기리고 도의를 연마하며 학문을 강론하였는데, '수선루'라는 이름은 이들이 여든이 넘어서도 이곳에서 바둑을 두고 시를 읊으며 신선처럼 풍류를 즐기는 모습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누각은 자연 암굴을 이용하여 2층 규모로 세워졌으며, 특히 상층과 하층이 엇비스듬하게 맞물려 있는 독특한 공간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부에는 휜 창방(기둥머리를 좌우로 연결하는 부재)이 사용되었고, 방 내부에는 서까래를 그대로 노출시킨 연등천장으로 마감하는 등, 정형화된 건물이 주를 이루던 당시 건축 양식에서는 보기 드문 파격적인 시도가 돋보입니다. 또한, 지붕의 전면은 기와로 마감하고 후면은 돌너와로 처리하여 지역 건축적 특색을 반영했습니다.
수선루 2층에 올라서면 앞으로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 줄기가 한눈에 펼쳐지며, 푸른 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절벽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가 비단처럼 아름다운 절경을 연출합니다. 이곳의 사계절 경치는 널리 칭송되는데, 만물이 생동하는 봄에는 따뜻한 봄바람과 빼어난 전망이 일품이며,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제격입니다. 특히 눈 덮인 겨울 산천경개는 고즈넉한 아름다움으로 방문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수선루는 그 뛰어난 건축적 가치와 역사성, 그리고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2019년 12월 30일 보물 제2055호로 승격 지정되었습니다. 주변에는 신라 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전통 사찰인 보흥사와 충절사 등의 유적지가 있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진안 평지리의 이팝나무 군락도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 수선루와 연계한 문화유산 탐방 코스로 인기가 높습니다.